데이터 자격증, 솔직히 따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ADsP를 중심으로)

데이터 자격증, 솔직히 따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ADsP를 중심으로)

마케팅 업계에서 7년째 굴러가고 있는 입장에서 요즘 후배들이나 이직 준비생들을 보면 너도나도 SQL이나 ADsP 같은 데이터 관련 자격증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실 저도 3년 전, 퍼포먼스 마케팅 성과가 마음처럼 나오지 않던 시기에 불안한 마음에 서점에 가서 유명한 ADsP 교재를 샀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이걸 따면 당장 대시보드 해석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연봉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죠.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든 생각은 ‘이걸 한다고 바로 실무가 될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었습니다. 2주 정도 퇴근 후 하루 2시간씩 투입해서 이론을 훑었는데, 시험 합격과 실무의 괴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시험은 객관식 문제를 잘 풀기 위한 ‘암기’에 가깝고, 실무는 지저분한 데이터를 어떻게 정제해서 인사이트를 뽑느냐의 싸움이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ADsP 기출문제 백날 풀어봐야 SQL 쿼리 하나 제대로 못 짜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아예 의미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닙니다. 데이터 용어에 익숙해지니 엔지니어나 데이터 분석가들과 회의할 때 말이 조금 더 잘 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수확이었습니다.

흔히들 저지르는 실수가 ‘자격증 취득=데이터 역량 보유’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자격증 유무보다 ‘당신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떤 비용을 줄였나’를 훨씬 궁금해합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본 어떤 후배는 부트캠프까지 수료하며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지만, 실제 비즈니스 로직을 데이터로 연결하는 법을 몰라 당황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반면에 자격증은 없어도 GA4 데이터를 가지고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 결과를 보고하는 친구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더군요. 여기서 분명한 trade-off가 발생합니다. 자격증 공부에 10만 원 미만의 교재비와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쏟는 대신, 그 시간에 실제 데이터를 쿼리문으로 뽑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면 자격증 공부가 일종의 로드맵 역할을 해주기도 하니, 본인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제가 실제로 겪었던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어렵게 딴 자격증을 이력서에 넣었음에도 면접관이 자격증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배운 통계적 지식을 실무 사례에 어떻게 접목했는지를 묻더군요. 공부할 때는 당연히 결과물이 나올 거라 믿었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했습니다. 자격증은 그저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최소한의 노력은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보조 수단일 뿐, 그 자체가 필살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겠답시고 무작정 데이터 부트캠프나 파이썬 강의부터 결제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실무 상황에서는 엑셀의 VLOOKUP조차 제대로 못 다루는데 모델링부터 배우려는 경우도 숱하게 봤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조언하고 싶은 건, 본인이 지금 당장 업무에서 데이터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상황인가를 먼저 자문해보라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자격증보다는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SQL 쿼리문을 직접 작성해 보는 것이 10배는 더 빨리 늡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기에 막막하다면 ADsP 같은 자격증 준비가 입문 과정으로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격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 이 과정은 죽은 공부가 됩니다.

이런 고민은 실무에 막 입문했거나 데이터 직군으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나름의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미 현업에서 데이터 분석이 일상인 분들이나 단순 자격증 한 줄 추가로 드라마틱한 연봉 인상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은 자격증 공부할 시간에 업계의 실제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리포트 하나를 더 써보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테니까요. 당장 다음 주에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사기보다는, 현재 내가 다루고 있는 데이터 중 이해되지 않는 항목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이 방법이 모든 직무와 상황에서 통용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마다 사용하는 툴도 다르고 요구하는 역량의 결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댓글 1
  • 실무에서 SQL 쿼리 작성 연습을 해보니 이론만으로는 정말 어려웠던 점이 공감돼요. 특히 시험 합격과 실무의 괴리 때문에 좀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