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피드 꾸미기에 너무 공들이지 않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피드 꾸미기에 너무 공들이지 않기로 했다

어쩌다 시작된 피드 정리 강박

한동안 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워보겠다고 아주 난리를 쳤던 적이 있다. 그때는 남들의 예쁜 피드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 정도 톤앤매너는 맞춰야 사람이 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대구 서문시장 맛집 탐방을 가서도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각도를 몇 번이나 바꾸고, 심지어는 카드뉴스를 만들겠다고 캔바 같은 툴을 며칠씩 붙잡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촌스러운 열정이었다. 그때 내가 만든 카드뉴스는 대충 10개 정도 되는데, 정작 팔로워는 거의 늘지 않았다. 오히려 피드를 채우는 사진들이 너무 인위적이라 친구들이 ‘너 계정 해킹당했냐’고 묻는 지경에 이르렀다.

템플릿의 함정에 빠져버린 시간들

사람들이 좋다는 무료 카드뉴스템플릿을 다 받아다가 내 사진을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이게 문제였다. 처음에는 그럴싸해 보였는데, 계속 하다 보니 내 계정이 아니라 그냥 남이 만들어준 프레임 안에 내 일상을 억지로 구겨 넣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레이팝 마이온이나 투티에 같은 브랜드 팝업스토어 사진들을 올릴 때 더 심했다. 현장에서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면 1천 원을 깎아준다고 해서 허겁지겁 계정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정작 내가 찍은 사진은 너무 대충이라 피드의 조화를 해치는 것 같아 올릴까 말까를 한참 고민했다. 이런 소소한 고민들이 쌓이니까 인스타그램을 여는 것 자체가 피로해졌다. 단순히 기록하고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어떻게 하면 더 예뻐 보일까 하는 생각만 남은 꼴이다.

꾸미기보다 중요한 건 사진의 온도

최근에 문가영 인스타그램 패션 따라잡기 같은 콘텐츠들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사실 그 사람들도 막 엄청난 보정을 하거나 화려한 레이아웃을 쓰는 건 아니었다. 그냥 그날 입은 옷, 들고 있는 가방, 카페에서 무심하게 찍은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꾸안꾸’가 유행이라더니 내 인스타그램은 너무 ‘꾸꾸’였던 게 아닐까. 서문시장에서 먹었던 납작만두 사진도 정갈하게 배치하려고 애쓰기보다, 그냥 맛있게 먹다 찍은 사진 한 장이 훨씬 반응이 좋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요즘은 릴스 조회수를 늘리겠다고 영상 편집에 몇 시간을 쏟는 것도 그만뒀다. 그냥 내가 보고 즐거웠던 순간들을 남기는 게 훨씬 가볍고 마음 편하다.

여전히 남는 고민과 작은 변화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 피드가 완벽하게 정리된 건 아니다. 여전히 불규칙한 사진들이 뒤섞여 있고, 어떤 날은 너무 성의 없이 올린 것 같아 민망할 때도 있다. 롯데웰푸드 같은 곳에서 하는 팝업 행사 사진을 보면서 ‘저런 건 또 예쁘게 찍어서 올리면 좋겠지’라는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남들의 피드와 내 피드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확실히 줄었다. 가끔은 너무 열심히 꾸미려고 했던 그 시절의 기록들을 다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굳이 그렇게 남들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곳인데,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필사적이었을까. 아직도 정답은 잘 모르겠다. 그냥 며칠 전부터는 사진 보정 어플도 하나만 정해서 쓰고, 텍스트도 생각나는 대로 짧게 적는 식으로 바꾸는 중이다. 조금 덜 예뻐도 이게 더 나다 싶다.

앞으로의 계정 운영 방향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 남들이 말하는 ‘인스타 계정 키우기’ 공식은 나랑은 좀 안 맞는 것 같다. 팔로워 순위가 오르는 것보다 그냥 내 다이어리처럼 쓰는 게 훨씬 재밌다. 가끔 서문시장이나 팝업스토어 소식들을 들으면 기록용으로 남기겠지만, 예전처럼 템플릿에 집착하거나 남들과 비교하는 일은 이제 안 할 생각이다. 때로는 무계획으로 올리는 사진들이 더 진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가끔은 또 예쁜 레이아웃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일단은 지금의 이 여유로운 방식이 당분간은 나한테 잘 맞을 것 같다.

댓글 3
  • 납작만두 사진이 진짜 반응이 좋다는 게 신기하네요. 릴스 시간도 줄이길 잘했어요.

  • 서문시장 사진 찍을 때 각도 바꿔보는 거, 완전 공감이에요. 제가 지금도 가끔 그렇게 되더라구요.

  • 사진 보정 앱 하나만 쓰려고 하다 보니까, 사진이 훨씬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팝업 행사 사진 찍을 때도 그냥 찍고 올리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