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공유오피스에서 진행했던 첫 대행사 미팅
처음 작게 화장품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제품 만드는 것보다 알리는 게 몇 배는 더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지인들을 동원해서 파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결국 제대로 된 광고를 돌려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검색창에 광고검색이나 화장품마케팅을 쳐보니 온통 대행사 광고뿐이었고, 글마다 자기들이 매출을 몇 백 퍼센트 올려줬다는 뻔한 이야기만 가득했다. 답답한 마음에 몇 군데 메일을 보냈고, 그중 한 곳과 미팅 약속을 잡았다. 미팅 장소는 강남역 5번 출구 근처에 있는 어느 공유오피스 11층 회의실이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화이트보드가 놓인 방에서 젊은 대행사 직원 두 명과 마주 앉았다. 그들은 세련된 어조로 디지털 마케팅의 흐름이니, 미디어커머스니 하는 단어들을 쏟아내며 나를 압도하려 했다. 솔직히 그때는 기세에 눌려 그들이 말하는 대로만 하면 금방이라도 주문이 폭주할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월 150만 원이라는 예산 책정과 광고비 집행의 시작
구체적인 견적서 조율에 들어갔을 때, 대행사에서는 월 대행 수수료로 150만 원을 요구했다. 여기에 검색 광고물 제작비와 순수 광고 집행비는 별도로 청구되는 구조였다. 내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라 망설여졌다. 하루에 인스타그램 광고로 몇 만 원씩 직접 돌려보던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매달 고정비로 그 정도 금액이 훅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대행사 측에서는 초반 3개월 동안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네이버 파워링크나 인스타 스폰서 광고를 믹스해서 돌려야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설득했다. 특히 피부과체험단 같은 바이럴 작업도 병행해야 신뢰도가 쌓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큰돈을 쓰는 만큼 효과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3개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한숨이 길게 나왔다.
매주 금요일 도착하는 광고 보고서와 실제 유입의 차이
광고를 집행하고 3주쯤 지났을 때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담당자로부터 메일이 왔다. 주간 성과 보고서라는 이름의 PDF 파일이었는데, 온통 복잡한 그래프와 퍼센티지 수치로 도배되어 있었다. 클릭당 비용이 지난주보다 떨어졌고 노출 수는 20만 회를 돌파했다는 식의 긍정적인 신호들만 가득했다. 하지만 내 핸드폰의 쇼핑몰 관리자 앱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에 주문 한두 건 들어오면 다행인 날들이 반복됐다. 답답해서 대행사 단톡방에 물어보면, 그들은 “현재 타겟 모수를 수집하는 단계이며 머신러닝이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매뉴얼 같은 답변만 늘어놓았다. 대기 시간만 길어지고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었다. 매주 보고서의 화려한 숫자들과 내 통장의 처참한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일은 생각보다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직접 광고 이미지를 만들고 세팅하는 것과의 비교
어느 날 밤, 답답한 마음에 대행사에서 만들어서 올린 광고 소재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깔끔하고 폰트도 예뻤지만, 어딘가 모르게 영혼이 없고 전형적인 대행사 특유의 광고물 느낌이 강했다. 문득 내가 예전에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고 캔바(Canva)라는 템플릿 사이트에서 투박한 글씨로 만들어 돌렸던 광고의 효율 지표를 열어보았다. 놀랍게도 내가 직접 엉성하게 만든 이미지의 클릭률이 대행사가 세련되게 디자인한 카드뉴스보다 더 높게 나오는 날도 있었다. 대행사는 너무 정제된 톤앤매너를 유지하느라 오히려 사람들의 피드에서 광고로 걸러지기 쉬웠던 것이다. 게다가 피드백을 주면 디자이너를 거쳐 수정본이 나오기까지 최소 이틀씩 걸리는 것도 답답했다. 내가 직접 하면 10분이면 고칠 내용을 며칠씩 기다리고 조율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계약 만료 후 다시 혼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일상
결국 약속된 3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연장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대행사 담당자는 지금 멈추면 그동안 쌓인 데이터 분석 자료들이 무용지물이 된다며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떠난 뒤였다. 그 돈으로 차라리 제품 퀄리티를 올리거나 혼자서 광고비를 조금씩 늘려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요즘은 매일 밤 10시가 넘으면 책상에 앉아 혼자 노트북을 켜고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 대시보드를 들여다본다. 전문적인 마케터들처럼 세련된 용어는 모르지만, 매일 만 원, 이만 원씩 예산을 직접 쪼개어 가며 어떤 사진에 사람들이 더 반응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다. 솔직히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하루 주문량은 들쭉날쭉하고, 매일 변하는 플랫폼 알고리즘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정체 모를 대행 수수료로 돈이 새어나가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결과를 확인하며 부딪히는 지금이 마음만은 한결 가볍다. 앞으로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이 오겠지만, 일단은 이대로 혼자 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요, 저는 데이터 분석 결과만 보고도 ‘효율’이 극대화된다고만 믿었는데, 실제적인 운영 과정에서 봤던 문제점들이 꽤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