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업체랑 몇 달 일해보고 느낀 솔직한 피로감

브랜딩 업체랑 몇 달 일해보고 느낀 솔직한 피로감

처음 브랜딩 업체를 끼고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뭔가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스마트스토어 상세페이지 기획부터 인스타그램 광고 세팅까지, 전문가들이 붙으면 알아서 매출이 궤도에 오를 거라는 아주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데, 그때는 당장 내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걸 외주에 맡기면 나는 그냥 주문 확인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더라.

상세페이지 기획과 의사소통의 벽

처음 기획 회의를 하러 갔던 날이 기억난다. 강남 쪽에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는데, 대관료가 비싼 건지 공간은 좁고 사람은 꽉 차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브랜드의 가치와 그들이 제시하는 ‘요즘 트렌드’는 시작부터 어긋났다. 나는 제품의 실용성을 강조하고 싶은데, 업체 측에서는 자꾸 감성적인 사진과 짧은 카피 위주로 가자고 했다. 비용은 이미 기본 패키지로 300만 원 정도를 지불한 상태라 중간에 그만두기도 애매했다. 그들이 만든 상세페이지를 처음 받아봤을 때, 텍스트는 간결했지만 정작 고객들이 궁금해할 상세 스펙은 다 빠져 있었다. 결국 내가 다시 엑셀로 정리를 해서 보내줘야 했다. 전문가가 알아서 해주길 바랐는데, 오히려 내가 더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광고 관리 시스템의 늪

네이버 광고 관리 시스템이나 메타 광고 센터를 들여다보는 건 생각보다 훨씬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다. 업체에서 매주 보고서를 보내주는데, 노출수와 클릭률은 화려하지만 정작 매출로 이어지는 전환율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건 노출이 덜 돼서 그래요, 예산을 조금 더 늘려보시죠’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광고비로만 매달 100만 원 중반대를 태우고 있었는데,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광고비와 대행 수수료를 빼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었다. 밤늦게까지 광고 관리 시스템 화면을 띄워놓고 숫자를 분석하다 보면, 이게 디지털 노마드인지 그냥 모니터 노예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운인가 실력인가

대행사 측에서 제안한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참 애매했다. 비용은 한 명당 몇십만 원씩 깨지는데, 막상 그 인플루언서들이 올린 게시물은 영혼이 없었다. 그냥 사진 몇 장에 정해진 문구만 복사해서 붙여넣은 느낌. 팔로워는 많아도 실제 우리 타겟층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차라리 그 돈으로 내가 직접 제품을 써줄 만한 소규모 블로거들을 섭외해서 하나하나 소통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이건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업체가 쥐어주는 리스트를 보면 늘 아쉬움이 남았다. 정말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나려면 대형 업체가 아니라, 자기들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대행사를 떠나보내고 드는 생각

결국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서는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은 내가 직접 네이버 플레이스 관리부터 가벼운 체험단 운영까지 다 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간도 너무 많이 뺏기고 서툴러서 막막했는데, 오히려 내 브랜드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확신이 생긴 건 소득이다. 물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상세페이지 디자인 같은 건 아직도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무작정 ‘브랜딩 업체’라는 타이틀에 의존해서 모든 걸 맡겼던 시절보다는 지금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아직도 가끔은 내가 마케팅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요즘 다들 한다는 친환경 캠페인이나 화려한 영상 광고를 보면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돈을 더 써서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결과가 달라질까?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소소하게 직접 발로 뛰는 게 답일까? 어떤 날은 매출이 잘 나와서 흐뭇하다가도, 다음 날 광고 수익률(ROAS)이 떨어지는 걸 보면 다시 머리가 아프다.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더 나은 방법을 찾아 헤매게 된다. 누군가 ‘이렇게 하면 대박 난다’라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현실은 늘 그저 그런 중간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댓글 1
  • 상세페이지 디자인 때문에 엑셀로 다시 정리해야 했다니 정말 답답하네요. 제가 경험한 것도 비슷한데, 의사소통 과정 자체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