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위반이라는 보건소 전화를 받고 나서 블로그 글 쓰기가 무서워졌다

의료법 위반이라는 보건소 전화를 받고 나서 블로그 글 쓰기가 무서워졌다

부산 서면에서 치과 블로그를 처음 맡았을 때의 막막함

처음에 부산 서면에 위치한 치과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마케팅 업무까지 내 담당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원래 내 직무는 데스크 접수와 예약 관리, 그리고 전반적인 MSO 관련 행정 서류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병원 브랜드 블로그 관리라는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되었다. 서면 근처는 워낙 치과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 다들 온라인 홍보에 엄청나게 목을 매고 있었다. 다른 병원들은 화려한 홈페이지 제작에 수백만 원씩 쓰고 인스타그램 협찬 광고도 활발하게 돌리는 것 같았는데, 우리 원장님은 이상하게 네이버 블로그에 유독 집착하셨다. 자기가 보기에 인스타그램은 가벼워 보이고 블로그가 가장 신뢰감을 주기 좋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막상 내가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으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임플란트나 치아 교정 같은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일반 환자들이 읽기 쉽게 풀어쓰라는데, 나는 의료 전공자도 아니고 글쓰기 훈련을 받은 적도 없으니 첫 문장조차 떼기가 너무 어려웠다.

월 150만 원짜리 대행사에 맡겼다가 결국 계약을 해지한 이유

결국 처음 몇 달 동안은 외부 마케팅 대행사에 일을 맡기기로 했다. 월 15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블로그 포스팅과 관리를 전부 위임하는 계약이었다. 한 달에 15개 정도의 글을 대신 올려준다고 해서 이제 골치 아픈 글쓰기에서 해방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대행사에서 올리는 글들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대충 긁어온 어색한 외국인 모델 사진들이 가득했고, 글의 내용은 ‘서면 치과 추천’이나 ‘임플란트 잘하는 곳’ 같은 검색용 키워드만 본문에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끼워 넣은 수준이었다. 네이버 검색에 흔히 걸리는 백과사전식 건강 정보에다 우리 병원 이름만 슬쩍 바꾼 게 눈에 보였다. 환자들 입장에서도 이런 글을 보면 당연히 광고라고 생각해서 바로 창을 닫아버릴 게 뻔했다. 게다가 대행사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어서 피드백을 전달해도 다음 포스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돈은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데 블로그 조회수는 늘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으니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결국 3개월 만에 대행사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의료법이라는 까다로운 장벽과 보건소 경고장

대행사를 끊고 내가 직접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진짜 복병을 만났다. 바로 의료법이었다. 병원 마케팅은 일반 맛집이나 화장품 홍보와는 차원이 다르게 까다로웠다. ‘가장 안 아프게 치료하는’, ‘부작용 없는’ 같은 과장된 표현을 쓰면 안 되는 것은 기본이고, 환자의 실제 치료 전후 사진을 올릴 때는 반드시 복잡한 로그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거나 상세한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한 번은 우리 병원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만족했다는 환자의 후기 형식을 빌려 가볍게 일상 글처럼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보건소에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민원 신고가 들어왔다며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는 순간 정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최악의 경우 벌금형이나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니 그 뒤로는 글자 하나 적는 것도 극도로 조심스러워졌다. ‘안전한 시술’이나 ‘통증 최소화’ 같은 평범한 단어조차 법에 걸릴까 봐 검색창에 규정을 수없이 찾아보는 신세가 되었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수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어졌다.

원장님이 직접 의학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시작된 또 다른 스트레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답답했는지 원장님이 본인이 직접 의학적인 내용을 써서 텍스트 파일로 주겠다고 나섰다. 처음에는 드디어 큰 짐을 덜었다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원장님이 넘겨준 초안을 열어본 순간 머리가 더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 글들은 대중을 위한 블로그 포스팅이 아니라 대학원 학술 논문이나 전공 서적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복사해 온 것처럼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하악골 전방 전위’, ‘치조골 소실로 인한 골이식’ 같은 어려운 의학용어와 한자어가 빼곡한 글을 과연 어떤 환자가 끝까지 읽겠는가 싶었다. 원장님은 본인의 전문적인 지식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어 하셨지만, 내 임무는 그걸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바꾸는 일이었다. 원장님이 퇴근길에 툭 던져주고 간 논문 같은 글을 붙잡고 문맥을 다듬고 친근한 어투로 고치느라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아야 했다. 가끔 원장님은 내가 순화해 놓은 글을 보고 “너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섭섭해하셨고, 그 조율 과정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6개월 동안 매일 퇴근 전에 붙잡고 씨름했던 글쓰기 작업

그렇게 하루하루 블로그와 씨름한 지 벌써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매일 오후 3시쯤 되면 외래 환자가 조금 뜸해지는 시간이 오는데, 다들 쉬는 그 시간부터 내 진짜 업무가 시작되는 셈이었다. 하루에 적어도 3시간씩은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키워드를 분석하고, 원고를 다듬고, 저작권 문제가 없는 이미지를 고르느라 진을 뺐다. 가끔은 다른 지역인 광주나 대구 쪽에 있는 치과들은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하나 하루 종일 남의 블로그만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 내서 정성껏 쓴 글이 조회수 30도 나오지 않는 날이면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퇴근 시간 시계바늘이 한참 지났는데도 데스크 옆 구석자리에서 블로그 임시저장 글을 만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대단한 마케팅 효과보다는 그냥 현상 유지만 하는 지금의 상태

지금도 우리 병원 블로그는 매주 서너 개씩 꾸준히 글이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이 블로그 덕분에 우리 병원의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거나 환자가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한다. 아주 가끔 초진 환자 접수를 할 때 “네이버에서 치료 과정 설명해 둔 글 보고 왔어요”라고 말해주는 분이 한 달에 한두 명 있는 정도다. 원장님은 여전히 블로그가 우리 치과의 가장 중요한 신뢰 자산이라며 정성을 들이라고 하시지만, 나는 과연 이 고생을 하는 것이 매달 나가는 대행사 비용이나 내 노동력에 비해 정말 가치 있는 일인지 여전히 의문스럽다. 차라리 그 시간에 데스크 환자 응대에 더 집중하거나 차트 정리를 꼼꼼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회의감이 든다. 오늘도 임시 저장함에 들어 있는 어색한 원고를 보며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를 지어내야 할지 막막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댓글 4
  • 의료법 때문에 그런 긴장감 느껴보겠어요… 답답하네요.

  • 광주나 대구 치과 블로그를 보면서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네요. 특히 무료 이미지 사용 때문에 더 답답했을 것 같아요.

  • 의학 용어들을 쉽게 풀어쓰는 게 정말 쉽지 않네요. 특히 환자분들이 이해하기 위해 더 신경 쓰면 오히려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블로그 글 쓰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요. 환자 케이스별로 규정 검색하는 데 하루 종일 가는 줄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