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트스트래핑으로 시작했다가 밤새 메일만 쓰는 중

부트스트래핑으로 시작했다가 밤새 메일만 쓰는 중

처음에는 무작정 뛰어들면 되는 줄 알았다

사업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처음에는 다들 ‘부트스트래핑’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를 들으면 무슨 대단한 생존 전략이라도 세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그랬다. 투자받지 않고 내 돈 500만 원으로 일단 시작해보자 싶었다. 남들은 무슨 마케팅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유튜브 쇼츠를 찍어서 광고 수익을 내고, 틱톡 방송을 켜서 물건을 팔라고 하던데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면 멍해진다. 내가 하려던 건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돈 버는 앱이나 깔고 앉아서 설문조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사업인지 그냥 부업인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했다.

4개월 완성이라는 광고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걸까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4개월 만에 가설 수립부터 매출 발생까지’라는 문구가 참 많다. 나도 처음에는 혹해서 교육 과정을 좀 찾아봤다. 그런데 가격이 최소 200만 원은 넘어가더라. 부트스트래핑의 핵심이 외부 자본 사용을 최소화하는 건데, 시작부터 200만 원을 태우는 게 맞나 싶어서 그냥 혼자 하기로 했다. 근데 이게 문제다. 옆에서 누가 가이드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서,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매일 의심한다. 하루는 동형암호 논문 같은 기술적인 거 읽다가, 다음 날은 갑자기 온라인 마케팅 교육 영상 보면서 키워드 뽑고 있다. 방향성이 없으니 속도는 당연히 안 난다.

사람 구하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왜 몰랐을까

최근에 미국 진출하는 스타트업 인프라 관련 기사를 봤다. ‘창업자는 사업만 해라’라는 문구가 어찌나 부럽던지. 나는 지금 내 사업의 마케터이자, 개발자이자, 재무 담당자다. 얼마 전에 아는 동생한테 리뷰 알바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서로 소통이 안 돼서 한 이틀을 싸웠다. 사람 쓰는 비용이 아까워서 내가 다 하려고 했던 건데, 결국 스트레스받고 시간만 다 뺏겼다. 차라리 그 시간에 제대로 된 마케팅 툴이라도 하나 써볼까 싶지만, 매달 나가는 구독료가 또 발목을 잡는다. 한 달에 3~4만 원 하는 툴도 지금 매출이 0인 상태에서는 엄청나게 크게 느껴진다.

기술적인 오류와 매일의 사투

얼마 전엔 암호학 관련 기사를 보다가 ‘부트스트래핑 역설’이라는 걸 봤다. 모델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데이터는 정적이라는 거다. 내 사업도 딱 그렇다. 어제 세운 가설은 오늘 고객 반응 하나에 무너져버린다. 어제는 토큰 배분 같은 거 구경하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덮었다. 내가 하려는 비즈니스는 이런 거창한 게 아닌데 왜 자꾸 딴 길로 새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펠리시티엔터 같은 곳에서 하는 마케팅 방식이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결국 ‘남들은 이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인가’라는 자괴감만 들고 끝났다.

결국 불확실함만 늘어가는 시간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도 사실은 내 서비스 페이지 레이아웃을 고치고 있어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손에 안 잡히는지 모르겠다. 남자 소자본 창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다들 건물주가 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현실은 방구석에서 모니터 보며 한숨 쉬는 게 전부다. 나중에 이게 다 경험이 될 거라는 말도 이제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낫길 바랄 뿐인데, 어차피 내일도 오늘이랑 똑같이 뻔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 사업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지지부진한 건지, 아니면 내가 재능이 없는 건지 여전히 답을 못 내렸다. 아마 한동안은 이 상태로 계속 버텨봐야 할 것 같다.

댓글 1
  • 토큰 배분 고민도 하시고, 마케팅 교육 영상 보시면서 키워드 뽑는 것도 재미있으실려나… 저는 지금 서비스 페이지 레이아웃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