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어프로를 켜자마자 마주한 회색 화면의 압박
결심은 거창했다. 남들 다 하는 유튜브 하나쯤은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기록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그래서 호기롭게 어도비 프리미어프로를 결제했다. 한 달에 2만 4천 원인가 나가는 것 같은데, 일단 지르고 보면 어떻게든 하게 되겠지 싶었다. 사실 다빈치 리졸브가 무료라길래 그걸 써볼까도 고민했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프리미어프로를 쓰는 눈치였다. 나중에 막히면 물어볼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결국 대세를 따랐다. 처음 프로그램을 깔고 켰을 때, 그 수많은 패널과 타임라인 창들이 나를 쳐다보는데 정말 막막했다. 그냥 컷 편집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소리 크기 맞추는 것부터 자막 넣는 위치 정하는 것까지 하나하나가 다 일이었다.
컷 편집이 아니라 그냥 시간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영상을 찍어놓은 건 15분 분량인데, 이걸 5분으로 줄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덤벼들었다. 그냥 내가 말한 부분 중에 중간중간 ‘어…’ 하는 거나 숨 쉬는 구간만 잘라내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자르고 이어 붙여보니 화면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너무 심했다. 점프컷이라고 하나, 그게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앞뒤 맥락을 맞춰야 하는데 초보인 내가 그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컷 하나를 자를 때마다 ‘이걸 자르는 게 맞나?’ 싶어서 다시 되돌리고, 또 자르고를 반복했다. 시간 확인을 해보니 벌써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냥 컷 편집만 하는데 두 시간을 썼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왠지 내일 회사 가서 또 피곤할 생각에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자막 넣다가 폰트 때문에 멈춰버린 나
어찌어찌 컷 편집을 끝내고 나니까 이제는 글자가 문제였다. 화면 위에 자막을 띄워야 하는데, 어떤 폰트를 써야 할지 결정하는 데만 30분을 썼다. 고딕 계열을 쓰자니 너무 딱딱하고, 명조를 쓰자니 영상 분위기랑 안 맞았다. 검색창에 ‘유튜브 자막 폰트’를 쳐봐도 다들 너무 예쁜 폰트만 쓰고 있었다. 나는 깔끔하게 가고 싶은데 프로그램 안에 있는 기본 폰트들은 어딘가 촌스러웠다. 결국 눈을 비비며 인터넷에서 무료 폰트를 찾아서 설치하고, 프리미어프로를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본질적인 내용에는 집중도 안 되고, 그냥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영상이 재밌어야 되는데, 자막 위치만 10픽셀씩 옮기며 시간을 버리고 있는 꼴이었다.
영상 퀄리티에 대한 이상한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편집을 계속하다 보니 화면 색감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처음 찍을 때 창가에서 찍었는데, 구름이 끼었다 나왔다 하면서 어떤 컷은 밝고 어떤 컷은 어두웠다. 이게 눈에 보이니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색보정 강좌를 찾아보려다가, 문득 ‘이러다가는 영원히 업로드를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보던 친구가 ‘그냥 좀 적당히 해, 처음부터 누가 영화 찍으래?’라고 하는데, 그 말이 밉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들수록 정작 중요한 이야기 전달력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눈이 높아져 버려서 대충 올리기도 싫은 이 애매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도 일단은 한 번 올려보고 싶다
이렇게 며칠을 고생해서 만든 영상이 겨우 3분짜리다. 사실 지금 당장 다시 찍으라면 더 잘 찍을 것 같은데, 이미 찍어놓은 영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매일매일 영상을 올리는 건지 모르겠다. 영상 편집 학원을 다녀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퇴근하고 학원 갈 생각을 하니 또 눈앞이 캄캄해진다. 결국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건 기술이 아니라 끈기의 문제라는 말이 이제야 좀 실감이 난다. 내일은 회사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렌더링이나 걸어봐야겠다. 고화질로 뽑으면 시간이 꽤 걸린다던데, 또 얼마나 걸릴지 겁부터 난다. 아무래도 나는 편집보다 기획이나 촬영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편집이 지독하게 안 느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막 폰트 고르는 거 진짜 공감해요. 저도 비슷한 고민 엄청 했거든요.
프리미어프로 시작하려니 진짜 막막한 감정이네. 나도 영상 꾸준히 하는 거 말고는 잘 모르겠어서, 기획이나 촬영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
프리미어프로 패널 때문에 진짜 당황했었어요. 저도 처음 영상 편집 할 때 색 보정 생각만 해도 멘붕 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