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자격증 하나 땄다고 뭐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데이터 분석 자격증 하나 땄다고 뭐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자격증 공부가 실무와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다

한참 데이터 분석이 뜬다고 해서 서점에 가서 ‘데이터 분석 자격증’ 관련 책을 산 게 반년 전이다. 파이썬 강의도 같이 들으면서 나름대로 야심 차게 시작했었다. 주말마다 카페에 앉아서 파이썬 문법을 따라 치는데, 솔직히 이게 실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감이 전혀 안 잡혔다. 책에 나오는 예제는 너무 깔끔하다. 데이터가 다 정제되어 있고, 결측치 같은 건 예쁘게 처리되어 있으니까. 막상 회사에서 네이버 광고 검색 통계를 보거나 인스타그램 광고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데이터가 엉망진창으로 섞여 있어서 이걸 정제하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리는 경우도 많다. 파이썬 강의에서 배운 건 아주 작은 기초일 뿐이고, 진짜 싸움은 데이터가 들어오기 전 단계에서 다 결정되는 기분이다.

파워BI로 시각화해봤지만 막상 써먹을 곳이 애매하다

데이터를 좀 더 멋있게 보여주고 싶어서 파워BI도 깔짝거려봤다. 예전에는 엑셀로 그냥 표만 만들어서 보고했는데, 이제는 뭔가 그럴싸한 대시보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었다. 툴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유튜브에 강의가 많으니까 몇 번 따라 하다 보면 모양은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정하는 거다. 막상 데이터를 시각화해놓고 보니, 사장님은 그냥 엑셀 표로 된 한 줄 요약을 더 좋아하셨다. 결국 내가 시간을 들여서 만든 복잡한 대시보드는 거의 아무도 보지 않게 됐다. 뭔가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걸 하고 있다고 착각했는데, 사실 현장은 그냥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수치 하나가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마케팅과 데이터 사이의 묘한 괴리감

마케팅 팀에서 일하면서 데이터를 본다는 게 사실 참 애매하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경쟁입찰 단가가 얼마니까 최적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막상 BX 디자인이나 브랜딩 차원에서는 정량적인 수치로 다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에 동대문구 관련 기사를 보다가 ‘동대문구에는 동대문이 없다’는 식의 홍보 마케팅을 보고 피식 웃었는데, 사실 이런 게 데이터로는 절대 안 나오는 직관의 영역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데이터를 무시하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숫자 뒤에 숨은 사람들의 기묘한 행동 패턴까지 분석하는 건 아직도 너무 어렵다. 광고비를 얼마나 써야 효율이 나오는지 계산기를 두드리다가도, 결국 사람들의 마음은 엉뚱한 데서 움직이는 것 같아서 가끔은 맥이 풀린다.

취업 학원을 기웃거리던 때가 가끔 그립다

처음 마케팅 쪽으로 진로를 잡고 취업 학원 상담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디지털 마케팅이 무슨 엄청난 마법 같은 건 줄 알았다. 어떤 툴을 쓰고, 어떤 자격증을 따면 전문가가 되는 것처럼 말하니까 말이다. 막상 현업에 뛰어들어서 광고 효율 고민하고, 보고서 만들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논란에 대응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가끔 길을 잃는다. 300만 원 넘게 썼던 광고비가 순식간에 녹아내릴 때면, 데이터 분석 자격증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도 파이썬 코드를 다시 짜야 할지, 아니면 더 창의적인 기획을 고민해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겠다. 내일도 출근해서 데이터나 들여다보겠지만, 그 숫자들이 내 고민을 전부 해결해주지는 않을 거라는 건 이제 확실히 알 것 같다.

결국 끝없는 수정의 반복이다

어제는 인스타그램 광고 설정값을 건드리다가 며칠 전에 세팅해둔 게 다 꼬여버렸다. 분명히 똑같이 한다고 했는데 왜 성과가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선배한테 물어봐도 ‘그건 그때그때 다르다’는 식의 대답만 돌아온다. 정답이 없다는 말이 제일 싫지만, 사실 그게 제일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데이터 분석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은 그냥 감으로 때려 맞춘 광고가 더 잘 터지기도 하니까. 이 업계가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내가 아직 부족해서 이렇게 헤매는 건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