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퇴근하고 책을 펴긴 했는데
지하철에서 유튜브로 자격증 공부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해외영업팀에서 5년째 일하면서 늘 느끼는 게, 실무는 어떻게든 굴러가는데 이게 체계적인 건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은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는 거다. 그래서 경영지도사 자격증이라는 걸 처음 알아봤다. 사실 연봉이 당장 몇백 오르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이걸 딴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 스스로가 ‘내 업무에 근거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인강 사이트를 몇 군데 뒤져봤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70만 원에서 100만 원 가까이하는 패키지들을 보면서 결제 창 앞에서 며칠을 고민했다. 결국 1차 시험 준비부터 시작해보자 싶어서 일단 얇은 책 몇 권을 샀는데, 막상 펴보니 용어들이 너무 딱딱해서 첫 페이지 넘기기가 참 힘들더라.
마케팅관리론과 시장조사론의 괴리
시험 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느낀 건 실무랑 이론이 참 따로 논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당장 이번 주 매출 목표를 어떻게 채울지, 바이어들한테 보낼 제안서에 어떤 멘트를 넣을지 고민하는데, 교재에는 ‘마케팅 환경분석’이나 ‘STP 전략’ 같은 정석적인 이야기만 줄줄이 나온다. 공부하다 보면 ‘이걸 외워서 어디에 쓰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나, 경영지도사 1차 과목들이 보통 경영학 전반을 다루니까 어쩔 수 없이 공부하긴 해야지. 근데 웃긴 게, 공부를 할수록 오히려 내 업무 방식이 너무 감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을 할 때도 그냥 ‘감이 좋다’고 했던 것들이 사실은 어떤 이론적 배경에서 나온 건지 어렴풋이 알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게 가끔은 소름 끼치게 재밌기도 하고, 동시에 허무하기도 하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현실적인 한계
공부와 별개로 직장 생활은 그대로다. 퇴근 후에 1시간씩이라도 책을 보려고 노력하는데, 가끔 야근이 늦게 끝나거나 회식이라도 있으면 그냥 다 엉망이 된다. 어제는 새벽 1시까지 보고서 수정하느라 눈이 충혈됐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경영지도사 강의를 켜려니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컨설턴트들이 현장에서 뛰는 모습을 다룬 책들을 보면 다들 대단해 보이는데, 나는 지금 내 앞가림하기도 벅차다.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AI 마케팅 솔루션을 알려준다는 어떤 컨설턴트의 책도 사서 읽어봤는데, 읽을 때는 ‘아, 나도 저런 걸 내 업무에 접목하면 좋겠다’ 싶다가도 회사 업무로 돌아오면 다시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우리 회사는 B2B 중심이라 당장 AI 챗봇 하나 도입하는 것도 부서 간 협의가 몇 달씩 걸리는데 말이다.
자격증이 내 커리어를 바꿀 수 있을까
사실 경영지도사 2차까지 다 따고 나서 뭘 할 건지 명확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나중에 나이가 좀 더 들었을 때, 지금처럼 영업 현장에서만 구르는 게 아니라 나만의 전문성을 하나 정도는 쥐고 있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큰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회사 이름만 믿고 다녔는데, 요새는 ‘내가 회사를 나가면 뭐가 남지?’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한다. 경영지도사라는 타이틀이 있으면 나중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지금처럼 해외영업 일을 하면서 더 큰 그림을 보는 시야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정도다. 물론, 시험 일정이 다가올수록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학원비는 이미 냈고, 시간은 계속 가는데 내 지식 수준은 제자리인 것 같고.
아직은 알 수 없는 결말
오늘도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어제 못 본 강의를 다시 틀었다. 주변에서는 이 나이에 뭐 하러 고생하냐고, 그 돈으로 차라리 여행이나 가라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공부를 안 하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찝찝하다. 이게 일종의 자기 위안인지, 진짜 커리어를 위한 투자 인지는 시험을 다 치고 나서야 알 수 있겠지. 사실 결과가 안 좋게 나와도 ‘뭐, 공부라도 좀 했으니 됐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건 자격증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뭔가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감각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다시 책을 펼칠 것 같다. 이번 주 안에는 마케팅관리론 파트를 다 끝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AI 솔루션을 적용하려고 해도 회사의 B2B 구조 때문에 협의가 너무 오래 걸려서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 같아요.
데이터 분석할 때 이론적 배경을 알게 되니까, 그때는 정말 몰랐던 것들이 많네요.
B2B는 정말 어렵네요. 제가 이전 회사에서 비슷한 시스템 도입할 때도 부서 간 의견 차이 때문에 거의 포기하려 했었어요.
얇은 책이 딱딱한 용어 때문에 힘들었다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라 그런지 공감되네요. 해외 영업 경험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