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 하나 세우는데 왜 이렇게 진이 빠지는지
어제는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 굴러다니던 신제품 에센스를 하나 들고 사진을 찍겠다고 난리를 피웠는데, 결국 건진 건 겨우 세 장뿐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감성적인 사진 한 장이면 될 줄 알았다. 뷰티 마케팅 쪽 일을 하다 보면 예쁜 결과물을 많이 보게 되니까 눈만 높아져서, 정작 내 손으로 직접 카메라를 잡으면 왜 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다. 예전에 알던 뷰티 크리에이터는 뚝딱뚝딱 조명 세팅하고 제품 배치해서 10분 만에 영상을 찍어내던데, 내가 하니까 조명이 자꾸 제품 유리에 반사되어서 글자가 안 보였다. 이리저리 옮기다 보니 벌써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다들 대행사에 맡기면 편하다던데, 왜 굳이 이걸 직접 해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는지 스스로가 조금 이해가 안 갔다.
뷰티 마케팅의 이면과 마주하다
사실 우리 팀에서 다루는 브랜드들이 대개 고가 라인업이다 보니, 사진 한 장에도 지나칠 정도로 예민해질 때가 많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팝업 스토어 열고 공간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걸 보면, 우리가 찍는 이 작은 사진 하나가 정말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어떤 날은 뷰티 관련 기사를 읽다가 ‘공포 마케팅 주의’라는 문구를 봤는데, 우리도 은연중에 ‘이거 안 바르면 큰일 난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될 때가 있다. 물론 제품 자체는 좋지만, 그 좋은 걸 어떻게 하면 과장되지 않게 보여줄지 늘 어렵다. 전문가들은 자꾸 피부력을 기르라는데, 내 피부력보다 내 멘탈을 지키는 게 더 시급한 느낌이다.
공유형 마케팅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들
최근에 코엑스에 있는 K-뷰티 체험관 ‘아우라’에 다녀왔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QR 코드로 바로 결제까지 연결하는 방식인데, 확실히 시스템이 잘 되어 있더라. 우리가 고민하는 온라인 마케팅이랑은 결이 좀 다르지만, 결국 소비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그 사소한 경험 하나가 브랜딩의 시작인 것 같다. 나도 3시간 동안 제품 사진을 찍으면서 느꼈지만, 제품이 놓여 있는 배경의 질감이나 빛의 각도가 아주 미세하게 바뀔 때마다 제품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누군가는 이걸 두고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라 부르겠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어떻게 하면 이 제품이 가진 고유한 느낌을 그대로 전할까 하는 고민의 연속일 뿐이다.
성형 고백과 콘텐츠의 힘
얼마 전 장영란 씨가 성형 사실을 쿨하게 고백하고 뷰티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걸 봤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 쉬쉬했을 법한 이야기인데, 요즘은 그런 솔직함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시대인가 싶다. 사람들이 전문가의 거창한 조언보다, 그런 꾸밈없는 모습에 더 반응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다. 뷰티 마케팅을 하면서 나도 포트폴리오니 자격증이니 하는 외적인 스펙을 쌓는 것보다, ‘내가 이 제품을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서사를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근데 막상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아직도 광고 티가 나는 것 같아 찝찝한 마음이 남는다. 뷰티 대학생들이 와서 물어보면 뭐라고 해줘야 할지 참 난감하다. 학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일단 뷰티 제품 촬영 조명 세팅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결국 어제 찍은 사진들은 보정을 하다가 그냥 다 지워버렸다. 차라리 자연광 들어오는 창가에서 휴대폰으로 한 번 더 찍어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하게 스튜디오 조명 흉내를 낸다고 설치다가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뷰티 마케팅이 단순히 좋은 제품을 잘 찍어서 올리는 걸 넘어, 소비자와 어떤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답을 잘 모르겠다. 대출 광고나 자극적인 마케팅 사이에서 어떻게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지킬 것인가. 요즘은 그냥 고민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 내일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제품을 바라봐야 할 것 같은데, 아마 내일도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게 이 바닥 일인 것 같다.
자연광으로 찍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겠네요. 예민한 제품 촬영 때문에 멘탈이 무너지기도 한다고 하니까.
사진 찍는 시간 때문에 너무 낭비했네요. 제품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도 중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