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말하길래 별거 아닐 줄 알았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그냥 스마트폰 하나 들고 켜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의류 쇼핑몰을 작게 운영하면서 늘 고민이었던 게 재고 처리였는데, 라이브 커머스가 유행이라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장비를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스튜디오를 빌릴 형편은 안 되니까 거실 한쪽 벽을 치우고 조명을 하나 샀는데, 이 조명 각도 맞추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3만 원짜리 조명인데 왜 이렇게 눈이 부신지, 화면 속 내 얼굴은 하얗게 뜨고 옷 색깔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더라.
텅 빈 시청자 수와 어색한 침묵의 시간
방송을 시작하고 첫 10분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시청자가 3명 들어왔는데 그중 하나는 내 친구였고 나머지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데 나 혼자서 카메라를 보고 “이 원피스는 신축성이 아주 좋아요”라고 떠드는 게 얼마나 바보 같던지. 카카오 라이브 쇼핑 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단 네이버 환경에서는 들어온 사람들과 소통을 이어가는 게 핵심이라는데, 그 소통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같은 뻔한 멘트만 반복하다가 1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끝났다. 나중에 통계를 보니까 평균 시청 시간이 30초도 안 되더라.
대행사를 써볼까 고민했던 순간들
중간에 판매 대행을 해주는 위탁업체 리스트를 훑어보기도 했다. 대행을 맡기면 쇼호스트가 알아서 멘트 쳐주고 띄워준다는데, 문제는 비용이었다. 라이브 방송 한 번 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랑 방송 제작비까지 계산해 보니 내 마진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게다가 소상공인들끼리 이야기해보면 대행사가 해주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제공하는 대본 안에서 움직이는 거라, 누가 하느냐보다는 제품 자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많았다. 결국 돈 써서 대행 맡겼다가 제품이 안 팔리면 그 리스크는 고스란히 내가 지는 거니까 겁이 덜컥 났다.
방송 장비보다 세팅이 더 힘들더라
방송을 하려면 플랫폼 연동도 해야 하고, 상품 등록도 해야 하고, 사은품 증정 이벤트 설정까지 챙겨야 한다. 예전에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가볍게 생각했을 때는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되는 줄 알았다. 막상 해보니 오디오가 자꾸 밀리고, 배터리는 광탈하고,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 방송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는데, 답변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게시판에 글 남기고 며칠 기다려야 하니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우당탕탕 한 달을 보내고 나니 라이브를 매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남은 건 정리되지 않은 재고들
방송을 한두 번 해보고 나니 회의감이 든다. 매출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데, 에너지 소모는 몇 배로 크다. 밀키트 사이트 운영하는 지인 말로는 음식물은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좋아서 반응이 온다는데, 의류는 직접 입어보지 못하는 한계가 너무 컸다. 사람들이 댓글로 ‘키가 160인데 길이가 어디까지 오나요?’라고 물어보면 줄자 가져와서 재는 시늉을 해도, 결국은 ‘안 맞는 거 같네요’ 하고 나가는 게 다반사였다. 어쩌면 라이브가 만능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차라리 블로그에 꼼꼼하게 사진 찍어 올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이게 나랑 맞는 방식인지 아니면 아직 내가 요령을 모르는 건지, 오늘도 쌓여있는 재고 박스를 보면서 괜히 라이브 장비만 만지작거린다. 다음엔 그냥 안 할까 싶다가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방송 버튼을 눌러볼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처음 방송할 때, 직접 재는 게 얼마나 어색했는지 공감했어요. 특히 사이즈 질문에 줄자 재는 모습까지 보여주려 할 때 더 난감할 것 같아요.
조명 각도 때문에 진짜 답답하셨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방송 장비 셋팅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