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배움카드로 데이터 강의를 결제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내일배움카드로 데이터 강의를 결제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왜 덜컥 강의부터 결제했나 싶다

결국 저질렀다. 직장인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해둔 지 반년이 넘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갑자기 덜컥 디지털 마케팅 관련 온라인 강의를 결제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회사에서 마케팅 데이터 좀 볼 줄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팀장님의 지나가는 한마디가 그날따라 유독 뇌리에 박혔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텐데, 그날따라 실적은 안 나오고 뭔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 당장 성과가 바뀔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강의 목록을 훑어보니 퍼포먼스 마케팅, GA4, 심지어는 SQLD까지 포함된 꽤 거창한 커리큘럼이었다. 가격은 내일배움카드로 꽤 많은 부분을 지원받아서 내 돈은 10만 원대 초반 정도 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이 금액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이걸 다 들을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인데 일단 지르고 보자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딴짓을 하게 되는 이유

강의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첫날은 의욕이 넘쳤다. 강의실 접속해서 교수님 목소리를 듣는데, 세상에 나만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GA4 설정 부분에서는 정말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강의 화면에서는 금방 뚝딱 설정이 끝나는데, 내 노트북으로 따라 하려고 하면 왜 그렇게 창이 다르고 설정 메뉴가 꼬이는지 모르겠다. 영상 멈추고 네이버에 검색하고, 다시 영상 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30분이 지나있다. 결국 강의는 10분도 못 듣고 딴짓을 하게 된다. 사실 마케팅 데이터라는 게 실무에서 부딪혀보면서 배워야 하는 건데,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샘플 데이터를 가지고 공부하려니 영 집중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원래 끈기가 없는 건지 헷갈린다.

자격증 공부와 실무 사이의 어딘가

커리큘럼에 있던 SQLD 자격증 대비 강의는 보기도 싫다. 분명히 ‘업무 자동화에 직결된다’는 광고 문구를 보고 혹해서 신청한 건데, 지금 당장 내 업무는 인스타그램 광고 소재를 만드는 게 더 급하다. 저녁에 집에 와서 씻고 11시쯤 노트북을 켜면, SQL 쿼리문을 짜는 것보다 차라리 광고 관리자에서 노출수나 클릭률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걸 따면 뭔가 다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나를 붙잡고 있다. 주변 동료들은 요즘 다들 이런 거 하나씩은 한다고 하니까,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억지로 강의 창을 띄워놓고 딴짓을 하는 거다. 도대체 이런 공부를 해서 진짜 실무 성과가 바뀌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결국은 도돌이표인 마케팅 현장의 고민

지난주에는 쿠팡 체험단 리뷰를 어떻게 마케팅에 녹여낼지 고민하다가 강의를 며칠 빼먹었다. 강의 진도는 계속 밀리고, 진도율은 30%에서 멈춰있다. 강의를 듣는 시간보다 실제로 광고 세팅하고 수치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긴데, 그럼에도 강의를 안 들으면 불안하다. 뭔가 최신 트렌드를 놓치고 있는 것 같고, AI 마케팅이니 디지털 트윈이니 하는 용어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내 공부가 부족한 것 같아서 찝찝하다. 그렇다고 이 강의를 완강한다고 해서 갑자기 데이터 전문가가 될 리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남들 다 하니까 따라 하는 이 상황이 조금 우습기도 하다.

끝맺음 없는 피로감

강의가 끝나가면 무언가 확 풀릴 줄 알았는데, 막상 중간 정도 오니 피로감만 쌓인다. 퇴근 후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듣는 건데, 정작 실무에 적용해 보려고 하면 너무 복잡해서 다시 쉬운 길을 찾게 된다. 내일배움카드를 써서 알뜰하게 공부했다는 만족감도 이제는 흐릿해졌다. 이번 주말에는 밀린 강의를 좀 몰아 들어야 하는데, 과연 얼마나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건 이런 디지털 마케팅 강의가 아니라, 그냥 퇴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이 공부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