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그저 조금 더 있어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처음 회사를 작게 꾸릴 때만 해도, 그냥 지메일이나 네이버 메일을 써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외부랑 연락할 일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무료니까. 그런데 막상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서 명함을 건네고, 이메일 주소를 적어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머뭇거려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info@회사이름.com’ 같은 주소가 있는 것과 ‘[email protected]’인 것은 느낌부터 다르니까. 특히 B2B 미팅을 앞두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상대방은 내 메일 주소만 보고도 우리 회사의 규모나 시스템을 짐작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난달, 드디어 결심을 했다. 도메인을 사고 회사 메일을 만들기로.
무료라고 다 같은 무료가 아니라는 사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회사메일만들기’라고 검색창에 넣었더니 정말 온갖 서비스가 쏟아져 나왔다. 다우기술이나 각종 그룹웨어 회사들이 홍보하는 서비스들이 먼저 보였는데, 하나같이 ‘AI 비서’니 ‘워크플로우 자동화’니 하는 거창한 기능들을 앞세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냥 메일만 편하게 주고받고 싶을 뿐인데, 이런 것들을 다 도입하면 매달 나가는 구독료가 꽤 부담될 것 같았다. 처음에 혹해서 무료 체험을 신청했던 곳은 나중에 보니 사용량에 따라 크레딧을 추가 결제해야 하는 구조였다. 가뜩이나 운영비 아끼느라 바쁜데 매달 메일 계정당 몇천 원씩 나가는 것도 쌓이면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더 찾아보다가 무료로 시작할 수 있는 다른 서비스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또 무료 서비스는 용량이 작거나, 광고가 붙거나, 설정이 너무 복잡해서 한두 번 셋팅하다가 ‘아, 그냥 돈 낼까’ 싶은 생각이 한두 번 든 게 아니다.
설정하다가 꼬여버린 DNS 레코드의 악몽
메일 도메인을 연결하는 건 생각보다 더 고된 작업이었다. 도메인을 구매한 사이트와 메일 호스팅을 해주는 사이트를 연결해야 하는데, 중간에 DNS 레코드라는 걸 건드려야 했다. ‘MX 레코드’니 ‘SPF’니 하는 용어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 유튜브 영상을 켜놓고 하나하나 따라 하는데, 자꾸만 메일이 발송되지 않거나 수신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퇴근하고 밤 11시쯤 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켜놓고 이 설정을 만지고 있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도메인 구입 비용으로 1년에 한 2만 원 정도 썼는데, 그보다 내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 것 같다. 나중에는 내가 설정을 잘못해서 피싱 메일 취약점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걱정까지 들더라. 요새 워낙 계정 탈취나 정보 유출 기사가 많으니까 더 예민해진 탓도 있겠지.
결국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
한 3일 정도 씨름한 끝에 겨우 메일이 정상적으로 오가기 시작했다. 회사 메일로 테스트 메일을 나에게 보냈는데, 수신함에 ‘회사이름.com’ 도메인이 찍힌 메일이 도착한 걸 보고는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고생했나 싶어서. 근데 막상 써보니 확실히 외부 미팅 때 메일 주소를 알려주기가 훨씬 편해졌다. 예전에는 메일 주소를 불러주면서 약간 쭈뼛거리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물론, 나중에 팀원이 늘어나면 그땐 다시 그룹웨어를 도입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이렇게 꾸역꾸역 혼자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더 쓰게 되면 그때는 그냥 돈 내고 편하게 셋팅해 주는 곳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직접 고생해서 배운 게 있긴 하지만,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인 건 분명하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
지금은 메일 계정 몇 개를 만들어서 상황별로 쓰고 있는데, 생각보다 관리가 또 일이더라. 예전에는 그냥 개인 메일함만 보면 됐는데, 이제는 ‘문의용’, ‘업무용’, ‘홍보용’ 이렇게 나누다 보니 메일함 세 개를 번갈아 열어보는 게 일상이 됐다. 마케팅 메일도 날아오고, 각종 서비스 구독 안내 메일도 오고. 가끔은 그냥 다 삭제하고 예전처럼 심플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I 기능이 들어간 서비스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면 메일 관리도 알아서 해준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아직 그것까지 믿지는 못하겠다. 내 업무 데이터를 AI가 다 들여다보는 게 과연 괜찮을까 싶은 마음도 여전하고. 일단 지금은 이 상태로, 당분간은 크게 문제없으니 지내보려고 한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돈 주고 좋은 툴을 썼어야 했는지, 아직도 조금은 알쏭달쏭한 마음이다.
DNS 레코드 때문에 밤새고, 메일함 정리하는 게 이렇게 복잡할 줄은 never. AI가 다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좀 불안하네요.
MX 레코드를 건드려야 했다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네요. 저는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보안 문제까지 걱정되는 게 얼마나 안타깝지만 이해가 되요.
DNS 레코드 때문에 밤새도록 작업하셨다니, 정말 고생스러우셨겠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답답함 충분히 이해합니다.
메일 도메인 가격 생각해보니, 운영비 때문에 결국 유료로 갈 수도 있겠네요.